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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정보

계백, 죽음을 알면서도 전장으로 향한 장군의 마지막 선택

by 오늘의브릿지 2025. 6. 27.

계백, 죽음을 알면서도 전장으로 향한 장군의 마지막 선택

만약 당신에게 주어진 싸움이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5만의 대군이 당신의 5천 군사를 향해 몰려오고, 나라의 운명은 이미 기울었음을 모두가 알고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여기,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질문에 온몸으로 답한 한 남자가 있습니다. 백제의 마지막 충신, 계백 장군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승리의 기록이 아닙니다. 오히려 처절한 패배의 기록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이름을 기억합니다. 왜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계백의 황산벌 전투를 통해, 승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한 인간이 자신의 '마지막'을 얼마나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지, 그 비극적이면서도 숭고한 선택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계백 장군과 황산벌 전투, 백제의 마지막 충신 이야기
계백 장군과 황산벌 전투, 백제의 마지막 충신 이야기

1. 비극의 서막: "살아서 적의 노예가 되게 할 순 없다"

계백의 이야기는 전장으로 향하기 전, 그의 집에서 시작됩니다. 그는 출정 직전 자신의 아내와 자식을 모두 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참혹한 결단을 내립니다. 이는 단순한 충성심을 넘어선, 한 인간의 고뇌가 담긴 선택이었습니다.

그의 결단은 "내가 죽은 뒤, 내 가족이 적의 손에 넘어가 노예가 되는 치욕을 겪게 할 수 없다"는 비통한 책임감의 발로였습니다. 그는 이미 이 싸움의 끝이 죽음이라는 것을 알았고, 살아남을 자들의 고통까지도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 끔찍한 결의를 통해, 5천 결사대는 '살아 돌아갈 곳이 없는 군대'가 되어 싸움에 임하게 됩니다.

2. 네 번의 승리, 그리고 예정된 패배

황산벌에 도착한 계백은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지형적으로 유리한 곳에 3개의 진을 치고 신라군을 기다립니다. 5만 대군을 이끌고 온 김유신은 10배의 병력을 믿고 공격을 시작했지만, 죽기를 각오한 백제군의 기세에 밀려 무려 네 번의 전투에서 연달아 패배합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신라의 어린 화랑 관창의 용맹한 죽음에 자극받은 신라군이 총공세를 펼치자, 중과부적이었던 백제군은 결국 무너지고 맙니다. 계백과 5천의 결사대는 단 한 명도 항복하지 않고 모두 그 자리에서 장렬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3. '어떻게 질 것인가': 계백의 위대한 패배

계백의 선택은 승리를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어떻게 질 것인가'를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그의 선택은 백제의 마지막을 무기력한 항복이 아닌, 끝까지 저항한 자존심의 역사로 남기기 위함이었습니다.

단순한 패배 (A Simple Loss) 계백의 마지막 선택 (Gyebaek's Final Choice)
목표: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피하거나 항복한다. 목표: 패배하더라도, 어떻게 패배할지를 결정한다.
의미: 생존은 했으나, 굴욕과 무력감만 남는다. 의미: 육신은 죽었으나, 명예와 정신을 남긴다.
남겨진 것: '백제는 힘없이 망했다'는 역사적 사실. 남겨진 것: '백제는 끝까지 저항했다'는 역사적 자긍심.

맺음말: 패배가 예정된 싸움에 임하는 자세

우리의 삶에도 이길 수 없는 싸움처럼 보이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 피할 수 없는 위기, 혹은 실패가 예정된 프로젝트 앞에서 우리는 무력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계백의 이야기는 바로 그런 순간을 위한 것입니다. 그는 우리에게 승리가 아닌 '태도'를 가르칩니다. 결과를 바꿀 수 없을 때, 우리는 자신의 신념과 책임을 다하는 '과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비록 패배할지라도, 끝까지 자신의 존엄을 지키며 싸우는 것. 그것이 바로 계백이 수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던지는 진정한 리더십의 의미일 것입니다.